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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기억의 오류 (feat. 기억의 일곱가지 죄악)

by 해피오픈맨 2022.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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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오류

기억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실제와 매우 다를 수 있다. 기억을 못 하는 일을 종종 경험하기 때문에 사람의 기억이 완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주일 전에 일어났던 일보다 어제 일어났던 일을 더 잘 회상하는 것을 보면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에빙하우스(Ebbinghaus, 1985)의 망각곡선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뒷받침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상이 안 되었다고 해서 그 기억이 없어졌다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사라지기는 하지만 일단 우리가 회상하는 것은 정확할 거라고 기대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우리가 회상하는 것 중에는 부정확한 것도 많다. 세밀한 부분을 틀리게 기억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없었던 일을 회상해 내는 오기억(false memory)을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번번이 기억의 오류를 범하며 산다. 

 

기억의 일반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기억 과정을 정보 처리 관점에서 설명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을 수동적인 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처리 결과로 본다는 것이다. 

 

① 정보 처리(information processing)

우리가 어떤 내용을 기억하려면 부호화, 파지, 인출의 세 단계를 거치는데, 이 단계에 처리 특성이 다른 기억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회상해 내려면 그 사건이 기억에 입력되어야 하고, 기억에 남아 있다가 필요할 때 회상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부호화(encoding), 파지(retention), 인출(retrieval)의 세 단계를 거쳐 기억을 회상하거나 재인한다. 시험 보는 것을 예를 든다면,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부호화이고, 그 내용이 기억에 머물러 있는 것이 파지이고, 시험문제를 보고 적당한 내용을 기억해서 찾아내는 것이 인출이다. 

 

② 능동적 처리  

정보를 능동적으로 처리한 결과가 부호화되어 저장되고 인출된다고 보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났던 것처럼 기억하는 오기억을 자주 보인다. 그리고 일어났다고 우기는 일의 상당수는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인 경우가 많다. 즉 이미 일고 있는 지식의 영향을 받아 그럴싸하게 구성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은 똑같은 일을 경험하고도 각자의 입장이나 경험에 따라 아주 다르게 기억하기도 한다. 기억의 능동적인 처리 결과는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묶는 조직화를 통해서 기억하는 점도 있다. 책을 읽을 때 큰 제목, 작은 제목 식으로 위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요점 정리를 하는 것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행하는 조직화의 예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이유로 기억을 수동적인 복사물이 아닌 능동적 처리 결과로 본다.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 

상대방의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는가? 조금 전까지 당신 손에 있던 열쇠를 찾았던 적이 있는가? 우리의 삶 속에서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이러한 재미있으면서도 특이한 기억의 현상, 기억의 오류를 접하게 된다.

 

대니얼 샥터는 2001년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이라는 저서에서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특징을 일곱 가지로 정리하였다. 처음 세 개는 실수이고, 뒤의 네 개는 다른 정보가 기억에 섞이는 오류들이다. 

기억의 일곱 가지 죄악/대니얼 L 샥터 지음; 박미자 옮김/ 한승

 

① 소멸 (transience)의 죄

일시성의 오류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가장 흔한 경우로 기억 속에 어떤 항목이나 대상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감소하지만 뇌의 해마나 측두엽의 손상을 입었을 경우에 심각한 장애를 경험하기도 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서 보듯이 시간이 지나면 정확한 회상이 점점 줄어든다. 그러나 여기에도 일반적인 특징이 있다. 양적으로 많은 부분이 생략되지만, 중심적인 내용보다 지엽적인 내용이 더 빨리 사라지는 특징을 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도식에 맞는 정보로 회상하는 왜곡 현상도 보여 준다. 

 

② 건망증 (absent-mindedness)의 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부호화를 하지 못하거나, 저장해 두었던 정보를 회상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다른 생각에 몰두하는 바람에 차에 중요한 물건을 놓고 내린다든가, 무언가를 하려고 방에 들어갔는데 왜 들어왔는지 잊어버리는 것이 아주 흔한 예다. 건망증은 과거사를 기억하고 회고적 기억보다 앞으로 할 일에 대한 미래 계획 기억에서 더 두드러진다.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가 뉴욕에서 택시 트렁크에 250만 불짜리 첼로를 두고 내린 유명한 일화가 있다. 

 

③ 차단 (blocking)의 죄

차단이란 잘 아는 정보가 회상되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거나 단어의 글자 수는 생각나는데 막상 그 단어는 생각나지 않고 혀끝에서 맴도는 듯한 설단 현상 등이 좋은 예다. 차단 현상은 장기기억의 인출 실패는 접속의 문제라는 것을 잘 보여 준다.

 

④ 오귀인 (misattribution)의 죄

친구와 얼굴 붉히며 언쟁을 벌이고 며칠이 지나고 나면 내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었는지, 아니면 그런 생각만 했었는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내가 생각만 한 것인데, 실제로 그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 이는 그 사건의 출처를 잘못 귀인한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에는 사건의 중심적인 내용 외에 출처, 장소, 시간 등 여러 가지 일화적인 정보도 들어 있는데, 일화적인 정보의 연합이 약해지면 비슷한 사건 사이에서 출처를 오귀인 할 수 있다. 

 

⑤ 피암시성 (sugestibility)의 죄

잘못된 정보가 기존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경험한 후에 다른 사람이 한 질문이나 피드백 때문에 실제 일어난 적이 없는 사건을 일어난 것처럼 오기억 하게 만들 수 있다. 오기억은 수사관이나 보조인의 질문 때문에 실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일어난 것으로 잘못 기억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적인 함의도 큰 문제다. 특정 사건을 유사한 다른 것과 구분할 수 있게 부호화하면 오기억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⑥ 기억 편향 (bias)의 죄

현재의 지식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혹은 상태가 과거에 대한 회고, 즉 기억의 왜곡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즉, 과거에 일어났던 일 자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현재 혹은 직전에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과거의 사건을 해석한다는 것이다. 일관성 편향, 자기중심적 편향이 대표적인 예다. 특정 이슈에 대해 몇 년 전에 자신의 태도를 현재의 자신의 태도와 같은 것으로 잘못 기억하면 이는 일관성 편향에 빠진 것이다. 자기중심적 편향은 자신을 고양시키는 방향으로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고등학교 때 성적을 실제보다 더 좋았다고 기억하는 것이 예가 된다. 

 

⑦ 지속성 (persistence)의 죄

살아오는 동안 행한 것 중 가장 실망스러웠던 일 같은 경우 잊고 싶지만 반복해서 그 일이 생각날 수 있는데, 지속적 기억은 정신 건강에 해가 되기도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같이 정서적으로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상황 등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처럼 보고한다. 이러한 예는 기억이 정서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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