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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아이의 애착이 미치는 영향

by 해피오픈맨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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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attachment)이란 한 개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강한 감정적 유대관계를 뜻한다. 애착은 근본적으로 선택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서 극히 소수의 제한된 대상에 대해서 형성되며, 애착이 형성된 대상에 대해서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근접해 있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출생 후 1년 이내에 영아와 어머니 또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 간에 이루어지는 애착형성의 결과가 후에 발달하는 정서적 안정성과 대인관계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점에서 애착을 큰 관심 대상으로 삼아왔다. 

 

1) 애착의 형성

애착 발달은 아기가 태어난 직후부터 시작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초기 애착형성 과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단계]

영아가 다른 대상에 비해 사람을 비롯한 사회적 대상을 선호하면서 특정 대상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대상에게 애착을 보이는 단계이다. 대체로 출생 후 2주간이 이 단계에 속한다.

[2단계] 

영아가 어머니와 타인을 구분하면서 시작되며, 본격적인 애착이 형성되는 6~8개월까지 지속된다. 영아는 냄새, 음성, 안는 방법, 얼굴 모습 등 여러 감각 및 지각적 단서들을 통하여 어머니를 알게 된다. 이 기간에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아기의 독특성을 알게 되고, 아기에게 맞도록 보살피는 방식을 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상호적 애착의 기초가 형성되나, 애착 대상과 떨어지는 데 대한 저항은 보이지 않는다. 

[3단계] 

영아는 비로소 특정 대상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애착 대상과 떨어질 때에는 격리 불안을 나타낸다. 애착 대상 외의 다른 사람에 대한 낯가림도 이 기간 동안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격리불안은 영아가 애착 대상인 어머니에게서 떨어질 때 나타나는 불안 반응으로서, 어머니로부터 떨어지는 경험이 늘어날수록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다. 서구의 경우 격리 불안은 6~8개월경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10~12개월에 절정에 다다르다가, 2세경에 소멸된다. 우리나라 영아의 경우에는 격리 불안이 시작되는 시기와 절정기는 각각 7개월과 12개월로 서구와 일치하나, 사라지는 시기는 4세로 격리 불안이 서구에 비해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낯가림은 영아가 자신에게 친숙한 애착 대상에 대해 형성해놓은 도식과 어긋나는 대상에 대해 나타내는 불안 또는 공포 반응이다. 성형란(1978)에 의하면 우리나라 5개월 된 영아의 35%, 6개월 된 영아의 63%, 7개월 된 영아의 69%가 낯가림을 하며, 8개월부터 모든 영아가 낯가림을 한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자주 하면 낯가림이 적어진다는 보고를 통해, 반복적 경험에 의해 낯선 이에 대한 불안이나 공포가 감소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애착의 유형

① 안정애착

아이가 낯선 상황에서 어머니가 있는 동안에는 이따금 어머니에게 가까이 가서 몸을 대보며, 어머니가 떠났다가 들어오면 열렬하게 반긴다. 어머니만  있으면 두려움 없이 낯선 상황을 탐색하며, 낯선 장난감에 호기심을 보이거나 가지고 논다. 친숙한 상황에서는 어머니가 잠시 떠나는 데 대해 크게 격리불안을 보이지 않는다. 이 유형에 속하는 아기의 어머니는 아기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기 스스로 노는 것을 충분히 허용해준다. 미국의 경우 약 60~65%의 아기가 이 유형에 속한다. 

 

② 불안정 회피애착

아기는 어머니가 떠나도 별 동요를 보이지 않으며, 어머니가 들어와도 다가가려 하지 않고 무시한다. 이 유형의 어머니는 아기의 요구에 무감각하며, 아기와의 신체적인 접촉이 적고, 화가 나 있거나 초조하며, 거부하듯이 아기를 다룬다. 전체 영아의 약 20%가 이 유형에 속한다. 

 

③ 불안정 저항 애착

이 유형은 일반적으로 어머니의 접촉 시도에 저항하는 경향이 높다. 어머니가 있어도 잘 울고 보채지만, 어머니가 떠나면 극심한 불안을 보인다. 어머니가 돌아오면 화를 내지만, 불안정 회피 유형과는 달리 어머니 곁에 머물러 있으려고 한다. 어머니와의 접촉에 관심이 없거나 또는 다가가서 안겼다가는 이내 화난 듯이 밀어내 버리는 양극적 반응을 보인다. 이 유형의 어머니는 아기의 요구에 무감각하고 아기를 다루는 방식이 어색하지만, 화가 나 있거나 아기를 거부하는 느낌이 없다. 전체 영아의 약 10~15%가 이 유형에 속한다.   

 

④ 불안정 혼돈 애착

애착형성이 불안정하면서도 회피와 저항의 어느 쪽에도 속하기 어려운 영아를 불안정 혼돈 애착 유형으로 구분한다. 이 유형의 아기는 회피와 저항이 복합된 반응을 보인다. 낯선 상황에서 어머니가 돌아오면 처음에는 다가가서 안겼다가는 이내 화난 듯이 밀어버리거나 어머니에게 떠나는 양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반응은 어머니와의 접촉에 대한 욕구는 강하나 어머니로부터 무시당하거나 구박받은 데에서 오는 공포가 공존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3) 애착의 영향

① 애착 유형의 지속성

만 1세 이전에 형성된 애착 유형과 이에 따른 행동반응의 특성들은 성장한 후에도 지속될까? 네 가지 애착 유형의 아기들이 만 6세가 되었을 때 다시 '낯선 상황'에 두고 행동을 관찰한 연구(Main & Cassidx, 1988)는 애착유형의 지속성을 보였다. 6세가 된 안정애착 유형의 아이는 낯선 상황에서 어머니와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신체적 접촉을 많이 하는 등 상호작용의 양이 많은 한편,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았다. 불안정 회피 애착 유형의 아이는 어머니를 쳐다보거나 말을 거는 일이 극히 적고, 어머니와의 상호작용도 제한적이었다. 극단적인 경우는 어머니와 가능한 한 떨어져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다. 

불안정 저항 애착 유형의 아이는 행동이나 음성에서 어머니에 대한 친근함이나 의존하려는 욕구를 과장되게 드러내는 경향이 있었다.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눕지만 몸은 불편하게 움츠리는 모습을 보여 신체적인 접촉 욕구와 이에 대한 저항이 동시에 양극적으로 존재함을 드러냈으며, 때로는 어머니에게 미묘한 적개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불안정 혼돈 애착 유형의 아이는 부모에 대해서 자신이 부모역할을 하려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등의 처벌적 행동과 부모와의 재회에 과도하게 반가움을 보이거나 부모를 위로하는 것과 같이 과도하게 명랑하거나 보호적인 행동을 통해서 부모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이러한 관찰 결과는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 유형이 지속적이며, 각기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의 한 연구(Wartner & Grossman, 1987)에서도 실험대상 중 약 78%의 유아가 1세 이전의 애착 유형을 6세에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애착 유형의 지속성과 관련하여 애착 유형이 세대 간에 전달된다는 연구결과(Ainsworth & Eichberg, 1992; Main et al.,1985)가 주목을 끌었다. 이들 연구에서는 어린 아기를 둔 젊은 부모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애착형성 양상을 회고하게 하여 진단하고, 이들 젊은 부모와 아기 간의 애착 유형을 실험실에서 관찰하여 비교하였다. 이 결과 두 세대의 애착 양상 간에 높은 상관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는 어린 시절 부모와 가졌던 애착 경험이 성인기까지 지속되어 부모로서의 자녀 양육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나아가 자신과 자녀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정서발달에 미치는 영향

애착이 정서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검토한 연구는 Harlow 등(1977)의 사회성 박탈(social deprivation) 실험이다. 이들은 갓 태어난 새끼 원숭이를 어미 원숭이에게서 뗀 뒤 3개월간 다른 원숭이와 접촉할 수 없는 상자 속에 분리시켜 양육하였는데 이러한 생후 첫 3개월간의 사회성 박탈은 새끼 원숭이에게 큰 정서적 충격을 남겼다. 분리 성장한 원숭이를 다른 원숭이가 있는 상자 속에 다시 넣었을 때 이들은 다른 원숭이와의 접촉을 피하고, 두려워하며, 얼굴을 파묻고 몸을 웅크리는 등 정서적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었다. 사회성 박탈 원숭이들도 정상적인 또래집단 속에 넣어주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점차 정상적인 사회성을 회복할 수 있으나, 생후 1년을 전후하는 시기에 정상적으로 성장한 원숭이에 비해 극심한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원숭이의 사회성 박탈 실험 결과는 유아의 애착과 정서발달과의 관계에 그대로 유추되고 있다. 애착형성이 불안정한 영아는 성장 후에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격리 불안과 낯선이 불안도 지속적으로 정서적 영향을 미친다. 애착형성시기에 장기간의 출타나 입원 등으로 애착 대상과 떨어지거나, 간헐적으로 낯선 사람에게 맡겨진 유아는 정상적으로 성장한 유아에 비해 낯선 상황에서 보다 높은 불안감을 갖는다. 이러한 불안이 성장 후에 대인불안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있으나, 경험적인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모성 박탈(maternal deprivation)이나 격리 불안 경험이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거나 정서발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취업모의 아기나 시설에서 자라는 아기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아기 출생 직후부터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면서 보육환경이 좋지 않은 영아원에 아기를 맡기는 저소득 계층의 많은 유아들이 불안정 애착을 형성하며, 3~4세경에 강한 공격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문제가 된다. 가정에서 애착형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영아 대 보모의 비율이 낮고 상호작용의 양과 질이 높은 보육원에서 양육하면 부정적 영향이 크게 감소된다. 아버지, 조부모, 또래 등 어머니를 대신하는 애착 대상을 갖는 것도 권장되고 있다. 

 

③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의 질은 성장 후 아동의 또래 관계와 상관이 있다. 12개월에 안정 및 불안정 애착 유형의 아이를 3세 6개월까지 추적하여 관찰한 연구(Sroufe, 1993)를 보면, 안정적으로 애착이 형성된 3세 6개월의 유아는 불안정 애착형성 유아에 비해 또래 아이에게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놀이 장면에서 주도권을 가지며,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많고, 덜 공격정이었다. 교사들도 안정애착 유아를 자아존중감이 높고, 공감적이며, 사회적 기술이 높고, 친구가 많은 아이로 평가하였다. 또한 또래 사이에서도 보다 인기가 있는 아이로 평가되었다. 

 

같은 아동을 11세에 다시 추적하여 관찰한 결과, 이 연령에서도 안정애착 아동은 불안정 애착 아동에 비해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밀접한 우정관계를 가졌다. 학교 상담교사도 이들을 보다 자신감이 있고, 자아존중감이 높으며,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성인에 덜 의존하는 아동으로 평가하였다. 

 

애착형성 양상은 자아인지 발달과도 관계가 많다. 안정애착 유아는 6세경에 보다 긍정적인 자아인지를 보이면서도 자신의 한계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반면에, 불안정 회피 애착 유아는 자신을 완벽하게 보이려는 경향이 높았다. 

 

④ 인지발달에 미치는 영향

안정애착 영아는 '낯선 상황'에서 어머니를 안전 기지(security base)로 삼음으로써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려는 보다 적극적인  탐색행동과 인지적 호기심을 보인다. 이러한 안전기지 현상은 유아기까지 지속되는 것 가다. 안정애착 유아는 낯설거나 복잡한 대상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탐색 행동을 보인다. 이에 반해, 불안정 애착 유아는 지적 호기심이 낮고, 문제 해결 과제나 놀이를 주었을 때 과업 몰입 정도가 낮고, 지속적이지 못하며, 즐거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아기에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아동은 초등학교 시기에 전반적으로 성적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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